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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는 폭발 직전인데 또다시 땜질처방인가

정부가 또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종합대책 발표 이후 13개월 만이자 박근혜 정부 들어 다섯 번째 대책이다. 눈에 띄는 것은 택지공급 감축, 신규 인허가 축소 등을 통해 분양물량을 조절하고 밀어내기식 주택 공급을 막기 위해 분양보증 예비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직전 최경환 경제팀이 고수했던 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틀을 사실상 버린 셈이다. 물량 조절 없이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싶다. 집단대출 보증 심사를 강화하고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전담팀을 구성해 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부동산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조여 가계대출의 통로를 끊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폭발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2·4분기 가계빚은 직전 분기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난 1,257조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2011년 3.25%였던 기준금리를 최근 사상 최저인 1.25%까지 내렸지만 자금이 투자로는 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한 탓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과감한 규제를 할 수도 없다. 자칫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가계가 부실화될 수 있고 이는 곧 금융 시스템 위기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아파트 전매제한 조치를 발표 직전까지 고민하다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청년들이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고 경기침체로 지갑은 비어만 가는데 빚이 줄어들 리 만무하다. 청년취업 대책과 가계소득 증대 방안 등을 패키지로 엮어 가계부채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투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의 발길을 돌려놓을 수 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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