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쁜 남편이자 나쁜 사람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배우 유지태(사진) 앞에서 무의미했다. 그가 연기한 바람피우는 나쁜 남편이자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는 등 비리를 일삼은 검사 이태준은 방송 초반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내 김혜경(전도연 분)에게 중저음의 목소리로 건넨 “방으로 갈까?”라는 대사가 유부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섹시한 남편’으로 거듭났고 유지태만이 소화할 수 있는 대사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김수현이 그랬고 송중기가 그랬듯 아줌마들에게 어필하는 순간 시청률과 인기가 보장된다는 법칙이 유지태에게도 통했다. ‘쓰랑꾼(‘쓰레기’와 ‘사랑꾼’의 합성어로 쓰레기 같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는 의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사랑을 받고 있는 tvN 금토 드라마 ‘굿 와이프’의 ‘배드 허즈번드’ 유지태를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진지하기로 소문난 그는 장난스러운 별명을 입에 올릴 때마다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쓰랑꾼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했을 때 ‘풋’ 했어요. 저 때문에 신조어가 생겼다고 하니 영광스럽죠. 악역이나 힘든 역할을 맡으면 힘들 수 있는데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주셔서 힘이 많이 됐어요.” 섹시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제작진이 요구한 부분이 섹시함이었고 기대에 부응한 것 같아 만족한다”면서도 쑥스러워했다.
아내를 사랑하는지 그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지 헷갈릴 만큼 그가 연기하는 태준은 복잡한 인물이다. 유지태도 처음에는 태준 역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태준이 낸 교통사고를 아내(혜경)가 낸 사고로 둔갑시킨 장면은 이해가 안 가죠. 동의하기 힘들었던 장면이죠.” 그렇다면 그는 태준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캐릭터를 설정하고 ‘유지태식’으로 재해석했을까.
“솔직히 이태준은 캐릭터로 안 좋은 것이 많은 역할이에요. 남자 연기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야망과 욕망이 굉장히 큰데요. 그 경계선에서 자기가 지키려고 하는 것에 대한 원칙, 이런 것들을 다면적으로 고민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렸어요. 단순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태준 역할이 사랑을 받는 데는 상대 배역이자 선배인 전도연과의 연기 시너지가 한몫했다. “전도연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배울 점이 많았어요. 꼭 한 번 작품에서 만나 뵙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선배님의 연기 철학이 느껴질 때 ‘참 이 드라마를 한 게 잘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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