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영화산업을 결산하려면 한국영화 특수를 빼놓을 수 없다. 대형배급사들이 제작 및 공급한 한국영화는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NEW는 ‘부산행’으로 관객 1100만명을 동원했으며 CJ는 ‘인천상륙작전’으로 7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롯데는 ‘덕혜옹주’로 그리고 쇼박스는 ‘터널’로 500만명의 관객을 훌쩍 넘기며 흥행을 성공시켰다.
이러한 특수 때문에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 또한 크게 늘어났다. 7월20일부터 8월 20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월평균 2배를 넘는 총 3700여명에 달했으며 이중에서 한국영화 관객 2700만명으로 점유율은 무려 73%에 달했다. 이에 비해 외국영화는 1000만 관객에 그쳤고 점유율은 27%에 불과했다.
올 여름 한국영화가 특수를 맞은 비결은 무엇일까 ? 먼저 우리 영화산업의 발전이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제작에서 배급 그리고 상영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제작기술과 감독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발달했다. 비록 아직 제작관행이나 시나리오 선정 등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지만 한국영화의 제작수준은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관객들은 수준이 높아진 한국영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영화는 다른 상품과 달리 어느 정도 제작수준이 높아지게 되면 관객들은 외국영화보다는 자기나라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된다. 자기나라 배우가 나오고 또한 문화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우리가 홍콩영화에 매료되거나 외국 팝송을 즐겨 듣던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 소득수준과 영화나 드라마 제작수준이 높아지면서 홍콩영화와 팝송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고 대신 우리영화와 음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했다. 올 여름 한국영화 대작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한국사회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영화 ‘부산행’은 재난 사태에 대한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며 현실인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터널’은 정부와 언론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주체로 설정해 가장 직접적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졌다. ‘인천상륙작전’ 또한 북한의 핵위협과 남북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반공이념을 고취시킨다. ‘덕혜옹주’미국과 중국간의 대립으로 혼란을 겪는 지금, 구한말 나라 잃은 아픔을 상기시켜 준다.
할리우드 영화가 많이 제작되지 못했던 것도 원인이다. 미국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미국의 영화산업 또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영화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날씨 또한 한몫을 했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방학과 함께 휴가중에 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에어컨 시설이 좋은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피서지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실제로 스크린 쿼터를 없앨 때 우리는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한국영화가 발전한다면 한국영화산업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작 영화에 지나치게 치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여름 대작의 홍수 속에서 다양성영화를 본 관객은 0.01%인 47만명에 불과했다. 결국 여름성수기 평소보다 2배 이상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지만 관객들은 대작영화만 더 많이 봤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대작들 속에서 작은 규모의 영화는 소외되면서 영화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영화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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