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롯데수사팀은 애초 지난 26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에 정책본부가 관여했는지, 어떻게 운영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여러 혐의점 가운데 비자금 부분을 집중 조사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연루 여부를 확인하는 게 이 부회장 소환조사의 최우선 과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망으로 검찰의 계획이 틀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차질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두 달 동안 수사하면서 많은 증거를 확보해 (사망이 혐의 입증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말했다. 하지만 △애초 검찰이 이 부회장을 소환하려던 목적 △이 부회장이 40여년간 롯데그룹에서 일하며 신 총괄회장 부자의 복심 역할을 했다는 점 △정책본부장으로서 90여개 계열사의 자금 흐름과 사업을 총괄 관리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의 사망이 일정은 물론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혐의가 이 부회장의 지시대로 이뤄졌다는 진술이 나오면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후 검찰 수사의 초점이 비자금보다 탈세 혐의 규명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앞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롯데 정책본부 실무진으로부터 “신 총괄회장이 탈세를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 목표를 오너 일가 비리로 명확히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보다 수천억원대 탈세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세 혐의 수사는 서씨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경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달 초부터 서씨 소환을 추진했으나 서씨는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탈세 혐의와 관련해 신 총괄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치매를 앓고 있는 신 총괄회장을 사법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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