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과의 유착관계를 두 차례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청와대가 “송 전 주필이 청와대에도 대우조선해양 관련 로비를 벌였다”고 30일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에서도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나 혼자 총대 메고 하는 것처럼 됐는데 (당 차원의) 논평도 내고 원내 지도부나 당 지도부에서도 점잖게 한 마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송 전 주필 추가 의혹 공개는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여론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송 전 주필이 지난해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며 “이에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송 전 주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은 지난해 임기가 끝난 고재호 전 사장으로 보인다. 고 전 사장은 재임 시 5조7,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현재 구속돼 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주필의 초호화 취재 여행과 관련,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송 전 주필의 오래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며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우 수석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제 납득이 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정라인을 컨트롤하는 우 수석을 낙마시켜 대우조선해양과의 유착관계를 가리려고 했던 게 조선일보의 의도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는 대우조선해양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날까봐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한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가 송 전 주필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조선일보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 일부에서 거론되는 우 수석 자진사퇴 가능성도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퇴하고 검찰의 우 수석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다음달 2일부터 귀국하는 시점인 9일 동안 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여론이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감찰관이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한 만큼 우 수석의 거취 결정에도 부담을 던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선일보는 송 전 주필이 낸 사표를 수리했다. 송 전 주필은 전날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주필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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