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30일 이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횡령죄 부분 법리를 다시 검토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형식상으로는 파기환송 판결이 났지만 내용상으로는 유죄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이 주장한 상고 이유가 모두 배척됐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횡령은 부하 임직원이 저지른 것이고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다만 이 전 회장의 ‘무자료 거래를 통한 횡령’ 혐의 부분은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은 스판덱스 등 섬유 제품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채 대리점에 팔아 판매대금 196억원을 비자금 형식으로 가로챘다. 1심과 2심은 이 부분 횡령 대상을 섬유제품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횡령한 것은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섬유제품의 판매대금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래야 부가가치세 포탈 등 혐의에서도 법리적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무자료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을 비롯해 계열사 회사의 주식을 싸게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 1,400억여원대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지난 2011년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을 거치면서 횡령 인정 액수는 209억원으로 줄었으나 대부분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 6월을 선고받았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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