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말 국세청 홈페이지가 한때 접속 폭주로 마비된 적이 있다. 국세청이 배우자 공제를 이중으로 받았다며 30만명의 직장인들에게 세금을 추징하고 10%의 가산세를 물린 데 따른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다음 해에는 10만여명의 직장인들이 세금을 토해내라는 국세청의 통보를 받았다. 배우자의 소득이 100만원을 초과하면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는데도 너 나 할 것 없이 부당하게 공제를 받은 혐의였다.
예전에는 맞벌이 부부라고 해도 이중 공제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거미줄 같은 전산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됐다. 이후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배우자 공제를 통해 이중으로 소득공제를 받은 게 단골메뉴로 등장했고 다들 실수라며 사과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오죽하면 인사 검증 질문서에 배우자 공제 여부가 버젓이 들어가 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1916년 처음으로 소득 세제를 도입했지만 개인소득세의 경우 1934년 세제개편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1967년 소득세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소득공제 제도를 확대·개편해왔다. 소득공제는 사회복지를 보완하면서 소득신고가 불투명한 사업소득자와의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기본공제에는 본인과 배우자·부양가족이 포함되며 경로우대자 등을 아우르는 추가공제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대부분 우리와 비슷한 인적 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전업주부 가구를 우대하는 배우자 공제를 55년 만에 폐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서라지만 당장 전업주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집권 자민당은 배우자 공제 한도만 맞추기 위해 정식 취업이나 추가 근무를 기피하는 부작용을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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