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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노래와 가사

세상의 모든 음악들 중 가사가 존재하는 유일한 장르가 노래이다. 다른 어떤 장르도, 멜로디와 화음을 들려줄 뿐 음악을 통해 가사를 전달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래는 인간의 몸이 바로 악기이기 때문에 입안의 혀를 통해 만들어내는 말을 음악과 함께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음악 장르와 확연히 구분이 된다. 악기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무작위로 들려오는 음악이 어떤 악기로 연주되는지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 소리를 다른 악기의 연주라 착각하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그 목소리로 음악의 선율을, 말과 함께 뱉어내는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표현 방식이며 그 섬세함은 어느 음악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노래에 어떤 가사가 함께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우리가곡이라는 장르가 있다. 한국 최초의 가곡 '봉선화'가 작곡된 것이 1920년대이니 우리가곡의 역사는 이미 100년이 다 되어 간다. 그 동안 우리가곡은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다. 고귀한 우리 민족의 한과 기쁨을 잘 표현해 왔던 것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8·15 해방은 음악 창작에 있어 민족성의 추구라는 한국음악에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작곡가 나운영을 필두로 구두회, 김동진, 김성태, 김진균, 조두남 등이 중심이 되어 국민적 색채를 강조한 수많은 민족적 가곡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우리 고유의 순수성이 잘 보존되어 온 우리민요를 서양의 작곡기법과 결합시켜 한국 특유의 가곡을 정립시킨 큰 공로자 들이다. 가곡은 그 나라 민족 정서와 예술성이 짙게 밴 고유의 성악곡을 말한다. 무엇보다 모국어로 된 시를 노래말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예술적 전통의 장르다. 한국가곡이 유명한 이탈리아, 독일가곡과 구분되어지는 것은 바로 한국어, 한국 시를 노래말로 한다는데 있다.

노래 한곡의 가장 깊은 감동은 그 노랫말에서 오는 의미가 심장을 떨리게 할 때 비로서 완성된다. 요즘 필자는 우리말로 노래를 많이 부르려 노력한다. 외국생활을 12년 하고서도 우리말로 노래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무엇보다 그 가사의 표현이 깊어지며 필자 자신을 먼저 그 노래에 젖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우리말로 된 모든 노래를 잘 이해하고 부를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얼마전 모 방송사에서 우리 가곡을 녹음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좋은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유는 의뢰온 곡들을 연습해보니 선율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 가사들에 대한 진정한 감동이 오지를 않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말로 많은 노래를 부르고자 하니, 우리 가사의 섬세한 표현이 더욱 많이 요구 되었고 그것이 불가능한 노래는 절대 잘 부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과거 외국어만으로 노래할 때는 정말 느끼지 못했던 일이며 듣는 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이젠 매스컴을 통해 우리 가곡을 좀처럼 듣기 힘들다. 희귀종이 된 우리 가곡을 부활시키는 가장 중요한 일은 먼저 가슴을 뜨겁게 해줄 좋은 우리 노랫말, 즉 훌륭한 가사가 더욱 많이 만들어져야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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