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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의장-與 강대강 대치...국회 이틀째 마비

與 의장실 앞서 집단농성

"악성균·테러균" 막말도

丁의장, 與 사과 요구 거부

대치국면 당분간 이어질듯

새누리당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의장실 앞 복도에서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발언에 항의하며 집단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난 1일 발언에 대한 사과 없이는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기조를 이어가며 9월 정기국회가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집권여당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공회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같은 시급한 민생 현안은 정쟁의 볼모로 붙잡힌 형국이다. 이에 따라 ‘협치(協治)’를 내걸고 야심 차게 출발한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극한대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이번 사태가 모든 현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곧바로 의장실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추경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과 문구에서 ‘국민들께’라는 표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정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정 의장은 ‘본회의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양도해 추경과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제안은 물론 사과 요구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장과의 회동 후 곧바로 의총장으로 복귀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일부 의원들은 추경 처리가 시급한 만큼 정 의장의 입장표명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결론은 “‘무겁게 받아들인다’ 정도로는 안 된다.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여당이 보이콧 해제 조건으로 △사회권 인계를 통한 추경안 조속 처리 △명확한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등을 제시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민의를 담은 연설이라는 정 의장의 발언은 궤변”이라며 “정 의장은 전날 새누리당 요구에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진정성이 담긴 사과는 없었다. 파행의 책임은 오롯이 의장에게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이정현 대표도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인질로 잡은 정치 테러다. 최소한의 질서를 정세균이라는 이 양반이 깨뜨린 것”이라며 “국민이 함께 이룬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를 ‘준비된 테러’로 깡그리 무너뜨린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2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장(정세균)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만희(왼쪽부터 ), 김성원, 권석창 원내부대표. /연합뉴스


의총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일부에서는 “중립적 입장에서 좋은 발효균이 되라고 정세균 의장을 뽑았는데 (이제 보니) 악성균·테러균·추경파괴균·민생파괴균이고 사회의 암 같은 바이러스균(염동열 의원)”이라는 ‘막말 비난’도 터져 나왔다. 당내 현안을 놓고 걸핏하면 계파갈등으로 파열음을 냈던 새누리당이 오랜만에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정치공세에 나선 셈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견 수렴 후 다시 30여명의 의원들을 이끌고 의장실로 이동해 규탄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앉아 집단농성을 벌였다. 이후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한 새누리당은 오후5시30분부터 로텐더홀에서 “다음주까지 (대치를) 각오하겠다”며 장기농성 체제에 돌입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모든 이슈를 단숨에 빨아들이는 이번 사태로 정국경색이 극도로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과거 야당이 주로 활용했던 ‘보이콧’ 카드를 꺼내면서 집권여당의 책임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부담이지만 당장은 소속 의원 전체가 워낙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치 국면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나윤석·류호·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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