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11월8일)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열세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막판 역전극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도가 바닥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에게 다가서려 애쓰는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아킬레스건인 ‘e메일 스캔들’ 의혹의 불씨가 쉽사리 꺼지지 않고 2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내용까지 공개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올 초부터 선거분석기관 업샷(Upshot)과 매일 갱신해온 대선 승리 가능성 조사에서 이날 현재 클린턴이 차기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을 86%로 집계하며 그의 대세론이 건재함을 확인했다. 중립 성향의 다른 선거분석 기관 3~4곳도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을 이날 최소 72%에서 최대 94%로 각각 제시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미 대선 특성상 전국 득표율보다 경합주를 땅 따먹기 하듯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서다. 트럼프가 10~20%의 낮은 확률을 뚫고 대이변을 연출하려면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를 비롯해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등 열세거나 다소 열세인 5개 주를 모두 뒤집어야 한다. NYT 분석에 따르면 클린턴은 이날 21개 주와 워싱턴DC에서 89% 이상의 승리 확률로 26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은 총 538명으로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백악관 입성의 키를 쥐게 된다. 특히 각주별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표를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여서 주별 승패가 아주 중요하다.
NYT 판세 조사로 보면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80% 이상인 곳은 20개 주이며 확보 선거인단은 155명으로 경합주 9개와 선거인단 120명이 남는다. 클린턴은 여기서 7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과반을 넘겨 대권을 잡게 된다. 9개 경합주에서도 클린턴은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가장 많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18명), 미네소타(10명), 네바다(6명)주에서 70% 넘는 확률로 앞서 있고 트럼프는 애리조나(11명)와 사우스캐롤라이나(9명)주만 우세하다.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아이오와(6명), 조지아(16명)주는 두 후보 간 박빙 양상이다.
박빙주를 트럼프가 다 가져가도 클린턴이 현재 우세한 경합주만 지키면 3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가볍게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주일간 일부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맹추격하거나 뒤집었더라도 클린턴의 승률은 89%(8월 25일)에서 이날 현재 86%로 3%포인트 낮아진 데 불과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사설 서버를 이용한 e메일 스캔들이 재차 부각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로이터통신과 함께 2일 공개한 조사에서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은 40%로 클린턴(39%)에 오차범위 내 역전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두 달간 열세인 경합주 지지율을 모두 뒤집지 않는 한 트럼프 열풍은 공화당에 엄청난 상처만 남기고 사라질 수 있다.
NYT는 “트럼프가 클린턴 승리 확률이 89%에 이르는 펜실베이니아나 미시간 중 한 곳에서 이기고 경합주인 플로리다·오하이오·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주 모두에서 이겨야 백악관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노동자가 많고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와 미시간·펜실베이니아 유세를 집중하고 틈만 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시간이 없다”며 “유권자들이 7월 말 전당대회 이후 90% 이상 지지 후보를 결정해 트럼프가 정책과 발언에 아무리 변화를 줘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