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가 아닌 국민 주도의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친박계 인사인 이 대표가 임기 후반기 여권 핵심부로서 민감한 개헌 문제를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현 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은 나라 전체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이 주도해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헌법은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자”며 “안보, 민생, 경제의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기준과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계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개헌론은 조속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기보다 원론적인 ‘조건부 개헌론’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헌을 하게 된다면 특정 세력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정현 대표가 개헌론을 언급한 것은 현 정부 후반기에 개헌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학계를 비롯한 모든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개헌 로드맵부터 만들기 시작한다면 물리적으로 이번 정부 내에서 개헌 논의가 진척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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