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수장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당혹감에 참담하다”고 말할 정도로 사법부는 현재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으로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비리 혐의로 7월 구속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국민사과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대법원장이 소속 법관의 비리로 대국민 사과 장(場)에 선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왜 이러나’ 하는 정도를 넘어 이제 사법부 전체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지경까지 이른 셈이다.
어느 조직이건 일탈은 있게 마련이지만 법원 비리는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특수 직역이다. 그런 면에서 “일개 판사의 비리에 대해 굳이 대법원장이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기류에도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선택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청렴성을 잃은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해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된다는 양 대법원장의 인식이야말로 사법부 전체에 적용돼야 마땅하다. 오죽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이야기가 여태껏 질긴 호소력을 발휘하겠는가.
관건은 비리 재발방지다. 10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는 현직 판사의 비리사건과 아직도 수사 중인 전관 판사들의 사건까지 더해져 여론은 사과보다 오히려 법원이 내놓을 후속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사법은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유지해가는 근간임을 자각해주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