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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타율 0.096로 '먹튀' 오명을 썼던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으며 화려하게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텍사스는 5일(한국시간) 미국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9대2로 이겼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4년 만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결정한 것이다. 텍사스는 오는 9일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5전3승제로 포스트시즌 디비전 시리즈(8강)를 치른다.
추신수는 이날 3타수 1안타에 2볼넷으로 3차례 출루해 2득점에 성공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추신수가 지구 우승을 경험하기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올 시즌 추신수는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했다.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의 거액에 계약했으나 지난 시즌 팔꿈치와 발목 부상 탓에 8월에 시즌을 접은 추신수는 올 시즌도 고전했다. 1할도 되지 않는 0.096으로 역대 텍사스 타자 4월 최저 타율이라는 굴욕을 경험했다. 수비 때 송구 판단을 놓고 감독과 마찰도 겪었다. 추신수는 그러나 지난 7월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아시아 타자 역대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 단타·2루타·3루타·홈런 모두 기록)를 작성하며 급반등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69경기에서 추신수는 타율 0.343 11홈런 44타점으로 전반기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휴식기 전 추신수의 타율은 0.221였다. 출루율은 1할5푼이 뛰었고 장타율도 1할8푼이나 치솟았다. 9월 월간 타율은 무려 0.404였다. 후반기 폭주 덕에 추신수는 타율 0.276(555타수 153안타)에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타이기록인 22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타점과 득점은 각각 82개·94개다. 출루율 0.375로 리그 전체 6위에 올랐고 볼넷 9위(76개)로 '출루머신' 위용도 되찾았다.
추신수가 살아나자 텍사스도 살아났다. 한때 지구 선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9.5경기나 뒤지는 등 전반기를 42승46패로 마쳤으나 후반기에 46승28패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선발과 불펜투수 영입으로 던진 승부수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추신수 등 간판타자들이 약속한 듯 방망이에 불을 붙였다. 개막 후 144경기째에 선두에 등극한 텍사스는 마지막 162경기째에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확정 뒤 추신수는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 텍사스와 계약한 것"이라며 "나 자신도 이렇게까지 기량을 회복할 줄은 몰랐다.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추신수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한 경기가 전부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던 2013년 와일드카드 단판 결정전에 진출했으나 팀이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졌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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