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진행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야사이 장관은 “두 정상이 만찬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만나 악수를 한 뒤 2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는 미국과 필리핀이 아주 견고하고 강한 동맹관계임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의 찰스 조 대변인도 “두 정상의 만남은 상호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자세한 대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짧은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통신과 인터뷰한 한 백악관 관리는 “두 정상은 짧은 대화를 나눴다”며 “사교적인 인사가 오갔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 정상은 6일 아세안 정상회의 첫날 회담을 열 예정이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친 욕설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전격 취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순방길에 오르며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생산적이고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정상회담만 하겠다”며 회담을 취소했다. 파장이 커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격으로 생각됐다면 사과한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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