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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새라고?> 한·일 경계인의 위치서 들여다본 일본

■고선윤 지음, 안목 펴냄





신간 ‘고선윤의 일본 이야기-토끼가 새라고?’는 일본 문화의 속살을 소개한 책이다.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교수인 저자 고선윤씨는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이후 한국 대학으로 돌아와 일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조센(조선)의 여자아이’라는 말을 듣고 서울에서는 ‘재일교포’라고 불렸다. 우리가 ‘경계인’이라고 말하는 처지다.

한국과 일본 생활을 모두 경험하고 전공으로 일본을 연구한 저자는 한국인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잘 인식시키는데 자신의 역할을 둔다. ‘토끼가 새라고?’라는 책의 내용이다.

책은 토끼가 일본에서 ‘새’로 취급되는 이유를 말한다. 우리는 동물을 셀 때 ‘~마리’라는 단위를 쓰는 데 일본에서는 같은 의미로 ‘~히키(匹)’를 쓴다. 다만 날개가 달린 새는 반드시 ‘~와(羽)’를 사용해 구분한다.



그런데 토끼는 네발 달린 동물이지만 새처럼 ‘~와’라고 읽힌다. 저자는 여기서 일본의 특징을 잡아내고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일본 전국시대를 끝내고 등장한 도쿠가와 막부의 5대 쇼군 쓰나요시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동물 살생금지령’을 내린다. 파파라치까지 등장했는데 “아빠, 오늘 몇 마리 잡았어?” “3마리”같은 대화가 등장하면 큰일이 났다. 그러자 사람들은 산에서 잡아온 토끼를 새처럼 ‘~히키’가 아닌 ‘~와’로 큰소리로 세면서 관헌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오랜 전란을 겪은 후 생명의 존엄성마저 사라진 세태와 이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처방이 토끼 숫자 세기에 들어있는 셈이다.

책에는 이와 함께 다양한 한국·일본 문화 비교가 나온다. 겨울철 우리는 온돌로 방을 데우지만, 일본은 난방장치가 달린 탁자인 ‘고타쓰’를 사용한다.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성당 천장화의 복원 작업 독점 방송권을 일본 NHK방송이 소유한 데도 사연이 있는데 당시 바티칸은 세계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NHK만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사진작가 박태희가 일본에서 찍은 흑백사진 33장이 함께 실려 분위기를 살리는데 도움을 준다. 2만5,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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