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순방 중 북한 핵실험을 보고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숙소에서 오전9시30분(현지시각)부터 10여분간 참모들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5차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 불용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핵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역대 최대 규모의 초강경 도발을 감행하면서 박 대통령은 한·라오스 정상회담 이후 일정으로 잡혀 있던 공식 오찬과 한·라오스 비즈니스 포럼 등을 모두 취소하고 예정보다 4시간이나 이른 오후2시30분께(이하 한국시각) 귀국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우리 정부와 군 당국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의 직무대행으로 오전11시께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했다. NSC 주재를 위해 정부세종청사에서 급히 상경한 황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의 결집된 의지를 거부한 폭거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중대한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규탄하는 정부의 공식 성명은 5차 핵실험 이후 약 3시간 만인 낮12시35분께 나왔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정부 성명을 통해 “북한은 무모한 도발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강력한 국제사회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제 또한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종국적으로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이날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 다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이 터지면서 대북 정보력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홍 장관은 지역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날 오전 강원도로 내려갔다가 핵실험 소식을 듣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으며 윤 장관 역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보좌하느라 불가피하게 라오스 현지에서 핵실험 사태에 대응했다.
정치권도 이날 북한의 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한편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위기에도 심각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여야 3당은 원내대표 합의로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공동 제출하기로 했으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대응책 논의를 위한 여야 대표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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