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와 관련한 찬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언론은 수백 명의 동성애 지지자들이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집회를 열고 메트로폴리탄 대성당까지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우리도 가족이다’라는 문구가 쓰인 펼침막과 ‘나는 당신의 가족을 존중하니 내 가족도 존중해달라’라고 적힌 팻말을 손에 들고 가두행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국 시위는 다양한 종교 단체와 시민 단체로 구성된 ‘가족을 위한 국민전선’이 조직한 것으로, 국민 전선은 이번 시위 참석자가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멕시코시티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집회가 있기 전날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수만 명이 참석한 동성 결혼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흰옷을 입은 채 ‘아버지+어머니=행복한 가족’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분홍, 파랑, 흰색 풍선을 들고 평화 행진을 벌였다.
또 베라크루스에서는 5,0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일부 동성 결혼 반대 시위자들이 동성애자 옹호 단체 회원들과 입씨름을 벌이는 등, 동성결혼을 두고 찬반 세력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으며, 2010년 아르헨티나, 2013년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동성 결혼을 허용한데 이어 콜롬비아가 올해 남미에서 4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보수성향의 가톨릭교가 많은 중남미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동성 결혼이 인정받는 멕시코에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동성애 혐오 범죄로 26명이 숨지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시티, 코아윌라, 킨타나로, 할리스코, 나야리트, 치와와, 소노라 등 일부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합법이며, 나머지 주는 법원의 허락을 얻어야 동성끼리 결혼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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