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13일 한반도 상공에 투입,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B-1B 폭격기 2대는 오전 10시께 오산기지 상공에 도착, 기지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공 비행했다. B-1B 1대가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의 호위 속에 오산기지 상공을 먼저 지나갔고 다른 B-1B 1대는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으며 뒤를 따랐다. B-1B 2대는 서로 1.5㎞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착륙하지는 않고 바로 괌으로 돌아갔다.
B-1B의 무력 시위 비행 직후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은 현장에서 이순진 합참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위기를 고조시키는 북한의 핵 실험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오늘 보여준 항공력은 모든 범주에 걸친 한미동맹의 많은 군사력 가운데 일부”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한 단계를 밟을 것”이라며 B-1B 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추가 전개할 뜻을 내비쳤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북한은 핵개발을 진척시킬수록 자멸의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만약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도록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1B는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이날 한반도 상공에서 무력 시위 비행한 B-1B는 지난달 초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에서 괌 기지로 전진 배치된 부대 소속이다.
미국이 B-1B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게 강력 응징의 경고를 보내는 한편 한국에게는 유사시 전략무기를 동원해 보호하겠다는 방위공약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B-1B를 시작으로 주요 전략무기를 잇달아 한반도에 전개해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미국이 추가로 전개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은 B-52, B-2 스텔스 폭격기와 핵잠수함 등이 있다.
다음 달 중순에는 서해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참가하는 한미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전에 앞서 계획된 것으로 미국은 핵잠수함 등을 추가 투입, 대북 압박의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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