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여권의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핵 무장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또 임기를 마친 뒤 내년 1월에 귀국할 것임을 예고하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여지를 남겼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 사무총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우리가 지금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서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 같이 밝혔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또 “(대북) 제재는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5번 받았는데, 한 나라가 이렇게 많이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반기문 사무총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치면 내년 1월 중순 귀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고 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데 이후 잠시 휴식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또 귀국하는 대로 대통령과 국회의장 등을 찾아 뵙고 귀국보고 계획을 갖고 계신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오늘 정치적 논의는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시겠다고 했다. 주변 분들과 상의하지 않았겠는가 짐작하고 있다”며 “1월에 오신다는 것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기문 사무총장을 향해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해결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반 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 많다”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여권의 잠룡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여당 원내대표가 사실상 대권 레이스 참여를 직접적으로 권유한 셈이다.
이에 우상호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런 행보를 하시겠느냐”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네자 반기문 사무총장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엷은 미소만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정세균 의장과 반기문 사무총장은 서로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국회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유엔 기후변화 협약(파리 협정)을 연내 국회에서 비준해줄 것 △난민과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에 신경을 써줄 것 △ODA(공적개발원조) 관련 예산을 확대해줄 것 등을 부탁했다.
이에 정세균 의장은 “노력해보겠다”고 답하면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수고를 많이 하셨는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고 요청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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