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인 여고생을 성폭행한 버스 기사들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26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신지체 3급 청소년 A 양(당시 17세)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버스 기사 한모(66) 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한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항소심의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모(62) 씨와 최모(50) 씨도 항소심이 선고한 징역 3년과 징역 2년이 확정됐고, 미수에 그친 장모(45)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지난 2012년 여름 자신들이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통학하는 A 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한 씨는 그 해 6월 터미널에 서 있던 A 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인근 공터에서 강제로 성폭행 했고, 얼마 후에는 최 씨가 A 양을 여관에 데려가 성폭행했다. 노 씨는 같은 해 겨울 A 양을 승용차에 태워 공터에 데려가 성폭행 한 뒤,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한 A 양을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친분을 빌미로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A 양을 꾀어내어 성폭행했으며, 성관계를 거부하는 A 양을 윽박지르고 겁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은 버스 회사에서 소문이 났고, 경찰이 내사에 착수해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됐다.
1심과 2심은 첫 성폭행 이후 A 양이 돈과 음식 등을 받고 성행위를 한 것이 성폭행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른 판단을 했다.
1심은 한 씨 등 3명이 처음 1회는 A 양을 성폭행한 것이 맞지만, 이후의 이뤄진 성관계는 위력이 없었다며 한 씨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최 씨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노 씨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장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음을 이용해 성관계한 후 돈과 음식으로 성관계에 거부감없이 응하도록 했다면 당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위력이 행사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전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은 장애인 간음죄에서 장애 아동·청소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2심의 손을 들어줬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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