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티폿(teapots·찻주전자)’으로 불리는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이 원유시장의 키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부터 이 업체들의 해외 원유 수입이 허용되면서 국제유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중국의 원유 수입은 13.5% 늘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의 수입 증가 때문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티폿의 해외 원유 수입을 허가하면서 티폿이 중국 원유 수입 증가를 주도한 셈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티폿은 산둥성 해안가를 중심으로 번성하며 중국 정유산업의 핵으로 떠올랐다. 중국 최대 티폿인 산둥챔브로드가 산둥성에 보유한 정유소만도 200개에 달하며 올 들어 산둥성의 원유 수입은 전년보다 60%나 급증했다.
WSJ는 중국 티폿의 원유 수입 규모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미국의 티폿과 맞먹는다며 “국가 통제 경제인 중국에서 티폿의 성장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저유가로 자금난에 빠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에도 티폿은 주요 바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티폿의 성장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국가는 앙골라와 러시아다.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의 앙골라산 원유 수입은 14.6%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수입량은 90만배럴로 서아프리카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앙골라 석유는 유황성분이 적어 정제가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신밀월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의 원유 수입 또한 8월만도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한 하루 평균 110만배럴에 달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 증가율은 1%에 불과했다.
중국 내 티폿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중국 국영석유회사에 비해 미미한 편이지만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티폿인 둥밍석유화학그룹의 장류청 부회장은 “티폿은 생산량 조절에서 융통성이 커 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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