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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코스모스

사윤수 作





코스모스가 살아온 방식은

한결같이 흔들렸다는 거다

이 바람결에 쏠리고 저 노을 쪽으로 기울며

제 반경을 끊임없이 넘어가던 그 범람이

코스모스의 모습 아니던가

가만히 서 있을 땐 속으로 흔들리는 꽃

몸이 그토록 가늘고 긴 것은

춤을 추라고 생겨난 것이다

가늘고 길수록 춤은 위태하니

위태해야 더욱 춤인 것을

어머니께서 나를 지으실 때

꽃대 무너진 아득한 어둠 속에서

그 꽃잎 한 움큼 뜯어 삼켰던 것일까

내 몸의 성분은 수많은 코스모스의 퇴적물 같다



눈을 감아도 흔들리고

국밥집 앞에서 개업식 공연하는

각설이 타령만 들어도 춤추고 싶다

한복 입고 환영식에 나온 평양아가씨들 같은

코스모스는 뜨겁게 흔들리다 죽은 것들의 환생이다

흔들리며 사는 것들의 뒤통수에서 수군거리지 말자

가을 국도(國道)의 평화는 온통

코스모스가 이루어 놓은 것이니

바람이 흔드는 것은 넘어트리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춤을 청하는 것이었군요. 버티느라 안간힘 썼는데 흔들리지 않는 것은 바윗돌뿐이었군요. 흔들리는 것은 생명의 특권, 바람 불 때마다 미쁜 마음으로 몸 맡겨야겠어요. 위태로울수록 까딱 고갯짓하고 덩실 어깨춤 추어요. 고통은 가장 멋진 춤을 추라는 추임새로군요. 오늘은 어떤 바람이 내 손을 잡을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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