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26일(현지시간) 첫 대선후보 TV토론은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난타전이었다. 이들은 서로를 “거짓말쟁이 인종주의자”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몰아세우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날 뉴욕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대에서 열린 토론에서 클린턴은 과거 트럼프가 했던 여성·인종 비하 발언을 끄집어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다 최근에서야 인정한 데 대해 “그는 정치활동을 인종주의자적 거짓말에서부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클린턴은 또 트위터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말실수를 거듭해 온 트럼프를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는 이라크전 지지 여부에 대해 말을 바꾼 데 대해 거짓 해명을 하며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클린턴을 미국의 문제를 만들어낸 기성 정치인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국정수행 경험에 대해서도 “경험은 많지만 나쁜 경험이 많다”고 조롱했다.
서로의 도덕적 약점인 e메일 스캔들과 납세자료 공개 거부에 대한 공격도 오갔다. 클린턴이 트럼프를 향해 “뭔가 숨기는 게 있어서 납세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삭제한 e메일 3만건을 공개하면 곧바로 납세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클린턴이 “개인 e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라며 자신의 스캔들을 인정하면서 트럼프의 공격에 맥이 빠진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클린턴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 첫 토론에서 클린턴재단 부패 의혹, 르윈스키 스캔들 등 클린턴의 굵직한 약점들이 거의 언급되지 않음에 따라 남은 2·3차 TV토론에서는 트럼프가 이러한 약점들을 어떻게 요리해 반격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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