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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5년 됐지만 상장 리츠 3개 사모 중심 탓 소액투자자 배제
활성화 땐 국민 재산증식 기여…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도 긍정적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참여 유도… 합병·부동산 편입 등 대형화 필요
다수의 소액(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투자 참여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마련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 도입된 지 15년가량 됐지만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12일 한국리츠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리츠 활성화 정책 국제 세미나'에서 리츠 업계와 학계, 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리츠 상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해외처럼 리츠가 일반 개인들의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상품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상장된 리츠가 많아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 중심의 부동산 간접투자시장, 개인은 배제=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케이탑리츠·광희리츠·트러스제7호 등 세 개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전체 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가 되지 않는다. 이들 상장리츠의 시가총액은 전부 합해 1,000억원 미만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 리츠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미국·호주는 물론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일본·싱가포르·홍콩 등은 공모 상장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지난 2·4분기 기준 미국의 상장 리츠는 197개에 달한다. 호주 50개, 일본 51개, 싱가포르는 39개에 달한다.
리츠 공모 상장 활성화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선 리츠 공모시장이 확대될 경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상장된 리츠 중 가장 우량한 종목으로 꼽히는 케이탑리츠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6.7%에 달한다. 이는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중간배당 포함) 1.51%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치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태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사모 리츠나 펀드가 투자한 부동산의 경우 손바뀜 시 취득·등록세를 내야 하고 수익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거래될 때마다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과도하게 오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상장리츠가 장기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할 경우 이 같은 시장 왜곡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리츠, 공모 활성화와 투자 다변화로 규모 키워야=리츠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공모 활성화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리츠 공모 활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통해 △기설립 리츠의 합병이나 리츠 편입을 통한 대형 공모 상장리츠 설립 △기존 부동산의 리츠 편입 확대(리츠에 매각하는 기존 건물 보유자에게 양도세 이연 등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을 리츠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2,000만원 이하의 배당소득세의 경우 종합과세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리츠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투자기관이나 물류·호텔 등 부동산 보유 대기업, 디벨로퍼 등이 앵커로 참여해 공모시장에서의 신뢰성 및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 리츠가 출범한 싱가포르와 일본의 경우 다양한 산업의 스폰서가 리츠 대주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리츠시장을 성장시켰다"며 "앵커투자자가 출자한 자산관리회사(AMC)를 통해 리츠를 설립해 관리한다면 리츠시장의 신뢰도와 안정성 향상은 물론 강력한 앵커투자자 보유의 투자 물건 및 재원조달이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를 환영하고 있다. 정상만 모두투어리츠 대표는 "해외의 경우 자금력을 갖춘 스폰서의 존재가 리츠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며 "특히 호텔이나 물류업 등 부동산과 깊게 연관된 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부동산을 소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리츠를 통한 유동화가 원활해진다면 소유와 운영을 분리할 수 있고 업을 확장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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