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는 29일 ‘공연티켓 1+1’ 국가보조금 5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극단 대표 손모(4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1억4,000만원 상당을 빼돌린 B극단 대표 남모(44)씨 등 10명은 불구속 기소, 11명은 약식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 등은 지난해 8월~올 2월 자신들이 연출한 공연 티켓을 수천 개의 차명 아이디(ID)를 이용해 구입하는 방식으로 10억여원의 보조금을 챙긴 혐의다.
이들이 노린 보조금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한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에서 나왔다. 당시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시민들이 외출을 꺼려 공연 관객들이 줄자 공연예술계를 지원하겠다며 300억원을 투입, 티켓 1장을 사면 1장을 덤으로 주는 지원사업을 펼쳤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관객이 티켓 1장을 사면, 정부가 여기에 1장을 대신 사서 얹어주는 식이다. 티켓 1장이 팔리면 극단은 티켓 1장 값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극단들은 자신들이 티켓을 구입해도 티켓 1장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차명 아이디를 대거 수집해 ‘사재기’에 나섰다. 예술위가 사재기를 막기 위해 아이디 당 최대 4장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지만 극단들은 더 많은 아이디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지인들을 동원해 아이디를 수집한 뒤 건당 1만원 정도에 사고팔거나 공연업체끼리 상대방 공연 티켓을 사주고 보조금을 나눠 가지는 방식을 동원했다.
검찰은 예술위에 수사 결과를 통보해 부당 수령 보조금 전액 환수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에 기소되지 않은 편취액 3,000만원 미만 공연업체 25곳에 대해서도 자발적 신고접수 및 환수 조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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