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A씨와 교보생명 사이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보험금 지급 사건 상고심에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 쟁점은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의 청구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보험계약자 B씨가 지난 2004년 5월 교보생명과 맺은 보험계약에는 특약을 통해 가입 2년 이후 자살할 경우 A씨가 재해사망보험금을 받기로 돼 있었다. 이후 2006년 7월 B씨가 자살했지만 교보생명은 일반사망보험금 5,000만원만을 주고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00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이 소멸시효가 지나 없어졌다”고 주장했으며 A씨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항변은 교보생명의 권리남용”이라고 맞섰다. 당시 상법에서 보험금은 2년 안에 청구하도록 돼 있었다.
대법원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급을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실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금융감독당국 차원의 행정제재 등 모든 조치를 통해 보험사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만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는 이제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하지만 보험사가 약관을 통해 소비자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라는 금감원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업법을 바탕으로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소비자 구제 노력의 정도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강경한 입장에 보험사들은 대법원 결정을 드러내놓고 반기지는 못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선 판결문을 받아본 뒤 다른 미지급 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전체 보험사의 미지급 자살 재해보험금 규모를 7,000억~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동효·김흥록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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