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마스크를 쓰고 줄에 맨 바나나를 흔들며 흑인을 비하한 미국 대학생이 체포됐다.
29일(현지시간) USA 투데이 등 현지 언론은 전날 미국 테네시 주 이스트테네시주립대학의 백인 남학생 트리스탄 레트기가 동료 학생들에게 이 같은 조롱 행위를 하다가 존슨시티 경찰에 체포됐다.
조롱을 당한 학생들은 최근 발생한 경찰의 비무장 흑인 사살 사건을 규탄하기 위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참가 중이었다. 레트키는 시위대를 향해 고릴라 마스크를 쓴 채 다가가 줄에 매단 바나나를 흔들며 조롱했다.
고릴라 등 유인원(ape)는 미국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바나나는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얗다는 뜻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비하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또 바나나를 매단 줄은 과거 흑인 노예의 신체를 포박하던 쇠사슬을 연상시킨다.
흑인 비하 행위를 한 레트키의 가방에서는 흑인 차별의 상징이기도 한 ‘남부연합기’의 문양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이스트테네시주립대학교의 브라이언 놀런드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주 불쾌하고 슬프다”며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레트키의 행동에도 사려 깊고 자제력 있게 대응하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마친 학생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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