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민간 컨설팅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일부 제품의 공급과잉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 1호 품목으로 철강에서 후판·강관을, 유화에서 테레프탈산(TPA)·폴리스티렌(PS)을 각각 책정하고 2020년까지 감축을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당초 감축규모를 강제로 책정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결국 업계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4개월이나 걸려 마련된 구조조정안이 정부 개입과 역할을 최소화하고 중장기 경쟁력 강화방안도 미흡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취약업종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구조조정의 윤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계 체질개선의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제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업계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가이드라인이라며 공장 폐쇄보다 가동률을 낮춰 호황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역사회나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야말로 기업의 사활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체별 여건에 따라 사업 부문을 떼고 합치는 스몰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필요하다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군으로 특화하는 과감한 빅딜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일찍이 삼성과 한화가 석유화학 계열사의 빅딜을 성사시켜 윈윈 효과를 이끌어낸 것도 참고할 사례다. 정부도 업체 자율에만 맡겨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은 8월에도 가동률이 7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총체적 위기에 몰려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무장하고 핵심역량을 키워 10년·2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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