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고 모든 경영권은 주주로부터 나온다"는 정관을 두고 있는 회사가 있을까. 아마도 그 회사는 주식회사의 지배구조가 민주정치의 근간인 삼권분립제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장회사 정기 주주총회의 98%가 3월, 특히 하순에 열렸고, 약 80%는 수도권에서 개최됐다. 투자자 1인당 평균 3.4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모든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것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쉽지 않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전자투표다.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회사의 주주는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는 주주총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요컨대 시공을 초월한 의결권 행사를 절차적으로 담보해 주주 중심의 투명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 한국전력은 시가총액 상위 10위 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시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가 어렵게 되자 전자투표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
미국과 일본은 주주의 주총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전자투표를 의무화했고 터키는 한 걸음 나아가 주주가 전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주주총회에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꿈의 전자 주주총회'를 실현했다.
경영진에 의한 주주총회 운영을 주주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법이 전자투표이고 전자투표는 곧 '주주의, 주주에 의한 투명경영'의 척도다. 현재 다수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전자투표와 관련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회사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주주와 경영진이 상생할 수 있는 전자투표에 관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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