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제의 당사자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조우했으나 양측이 평행선을 달려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경축연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충돌한 이후 두 사람이 처음 마주했다.
정 원내 대표는 이날 간단한 식사가 진행되는 식사중에 정 의장에 “많이 드시라”고 ‘뼈 있는’ 인사를 건넸고, 이에 정 의장이 가벼운 미소를 띤 채 다가와 대화를 나눴다. 곧이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야당 수장들도 동참, 상당 시간 대화가 이어졌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게 “해임건의안 처리를 전후해서 의장께서 보인 태도는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판단돼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 “1차적 책임은 입법부 수장이 져야 하고, 또 이 사태를 수습할 책임도 의장한테 있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자신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등을 청구한 것을 거론하며 “나는 법적으로 잘못한 게 없고, 법적으로 잘못한 게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 법적으로 하자”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 의장은 특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국 순방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국회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오는 3일 믹타(MIKTA) 회의 참석차 호주로 출국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면서 “야당 대표들한테 우리가 이제 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고 확립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그건 여야간에 논의할 문제”라며 “여야 간에 논의를 해서 결론을 내면 따르겠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은 정 원내대표에게 “많이 힘드시겠다”며 작금의 국회 마비 사태를 거론하는 듯한 짤막한 인사말를 건냈지만, 정 의장과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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