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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베 외교가 부러운 이유

안의식 정치부장

북방영토 회복에 전력 쏟는 日

美-러 틈새서 실용외교 결실

대북제재 큰 성과 못 얻은 한국

국익 최우선 독자영역 구축을

안의식 정치부장




오는 12월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으로 초대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국의 대통령이 특별한 손님의 경우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최대의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과 닮았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이번 회담에 공들이는 이유는 전후 일본의 최대 외교적 숙원을 풀기 위해서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러시아령 북방영토 4개 섬 가운데 2개 섬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6,000억엔(약 6조5,000억원) 규모의 대러시아 경제협력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 같은 일들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북방영토 회복을 ‘필생의 과업’으로 정해놓고 집요하게 추구해왔다. 2013년 일본 총리로는 10년 만에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각종 국제회의에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푸틴과 만났다. 올해만 일·러시아 정상회담이 5월·9월·11월·12월 등 4차례다.

물론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행보에 미국은 탐탁해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가 한창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미국을 설득했다.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9월21일에는 뉴욕에서 존 바이든 미 부통령을 만나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푸틴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뉴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도 만났다. 올해 5월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2차대전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로 초청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물론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행보가 가능한 것은 국제정치에서 미국이 일본에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 때문이다. 미국의 힘은 점점 줄고 중국이 거세게 치고 올라오니 중국을 막기 위해 일본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이 같은 틈새를 아베는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미·러시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푸틴을 만났고 여러 사안에서 부딪히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기회만 되면 만나려 하고 있다. 올해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중일 정상이 만났다. 비록 공동 기자회견을 못할 정도로 양국의 견해차가 컸지만 ‘관계 정상화’라는 원칙에는 서로 공감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사항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교착 상태던 한일 관계에서 일단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아베였다.



우리 외교부는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한 핵 규탄, 대북 제재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외교부 대변인은 “9월29일 현재 97개국, 14개 국제·지역기구가 북핵 규탄성명 등 입장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친북한 성향을 보이던 많은 국가들이 북핵 규탄성명을 발표하며 북한과 멀리하고 있다. 우리 외교의 성과다.

그러나 이들은 핵심 플레이어들이 아니다. 핵심은 미·중·러·일, 그리고 북한이다. 우선 북핵 해결을 위해 가장 큰 수단을 갖고 있는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천안문 망루외교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북한은 올해 1월과 9월 각각 4차·5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그 사이 각종 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막으려는 중국의 역할은 없었다.

미국과는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천안문 망루외교 이후 냉랭해진 관계다. 비록 미국이 대북한 제재를 이끌며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관계’일 뿐이다. 러시아와는 이제 막 관계개선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일본과는 미국의 압박으로 마지못해 관계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아베 외교가 부러운 것은 철저히 국익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 외교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우리의 힘을 바탕으로 국제정치의 현장에서 우리의 공간과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국제정치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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