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요 때문에 5·24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기업이 입은 피해는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곽재영(65·사진) 해주자원개발 회장은 4일 남북경협 기업 관계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진행한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곽 회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경협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사실상 중단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때 곽 회장은 건실한 무역회사를 이끌었다.
건설 골재 무역업에 종사하며 주로 북한 해주에서 모래를 싼값에 들여와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는 “남북경협이 활발하던 시절 해주 모래 등 건설 골재 무역시장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한때 60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남아 회사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주와 인천의 선박 직항로를 개척하는 등 남북경협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곽 회장은 “예전에 북한과 교역하려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거쳐야 해 손실이 막대했다”며 “해주와 서울을 오가며 인천·해주 직항로를 열었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 인민군이 권총을 겨누는 일도 수두룩했다”고 전했다. 곽 회장은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 기업인들이 성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경협 기업들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간 민간 차원에서 쌓아올린 남북경협의 경험은 개성공단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곽 회장은 “정부가 남북경협 기업들을 내팽개치는 것은 어렵게 확보한 남북경협의 물꼬를 스스로 틀어쥐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며 남북경협의 전망은 어둡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남북경협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북경협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관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어느 기업이 나서겠느냐는 논리다. 한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집회와 거리행진을 한 뒤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100일간의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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