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9일 tvN이 개국했을 때 말들이 많았다. 여성 출연자들의 과다한 노출과 선정적인 장면, 욕설이 섞인 자극적인 대사는 ‘저질 채널’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랬던 tvN 올해 개국 10년을 맞아 사뭇 달라졌다.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의 ‘파워브랜드 채널’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콘텐츠 수출의 첨병’이라는 칭송까지 듣고 있는 것이 요즘의 tvN이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혜수·고현정·전도연 등 탤런트 출신 영화배우들이 tvN 드라마를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하고, 김은희·김은숙·박지은 등 스타 작가들도 앞다퉈 작품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tvN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NBC에서 방송된 미국판 ‘꽃보다 할배’가 현지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자 시즌2 제작이 확정돼 미국에서의 한류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tvN의 이러한 무서운 성장은 도전정신이 바탕이 됐다. 개국 초기부터 귀신과 빙의를 소재로 한 ‘리얼스토리 묘’, 몰래 카메라로 일반인들의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페이크다큐·모큐멘터리(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허구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영상)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등이 저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과가 있었다. 이후 tvN은 ‘저질 방송’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재밌는 TV롤러코스터’ ‘화성인 바이러스’(2008년)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예능 ‘SNL코리아’, ‘코미디 빅리그’,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등 기존에 없던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연이은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2012년 방송된 ‘응답하라 1997’이 tvN의 성장 기폭제가 됐다. 이후 드라마 부분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미생’,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시그널’, ‘디어 마이 프렌즈’, ‘굿 와이프’, ‘또! 오해영’, ‘THE K2’ 등 명품 드라마가 잇달아 제작됐다. 예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스타들의 생생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이 참신하다는 찬사와 더불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던 것은 꾸준한 투자와 지원 덕이다. 개국 초기 연 500억원 가량이었던 투자액이 올해에는 1,500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20~30% 가량이 추가 투자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tvN은 앞으로 10년 동안은 유럽·북미까지 시장을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굿 와이프’와 ‘앙투라지’ 등 ‘미드’를 리메이크하고, 미국에 ‘꽃보다 할배’ 포멧을 수출한 것도 바로 세계 시장 확대를 위한 포석이었다. 또 포멧 수출을 염두해 이달에는 세계적인 제작사 엔데몰샤인 그룹과 공동제작한 예능 ‘소사이어티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대표는 “앞으로 10년은 유럽이나 북미까지 시장을 확대하도록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글로벌 콘텐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tvN은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8~9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tvN10 어워즈’와 ‘tvN10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tvN의 대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컨벤션부터 tvN을 빛낸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까지, 10년의 역사를 녹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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