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오월이, 태산이, 복순이, 행복이, 행운이, 광복이…. 이 이름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어떤 사람은 아이의 태명이라, 또 어떤 이는 강아지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우리가 방류해온 해양동물들의 이름이다. 제돌이·춘삼이·삼팔이는 지난 2013년 제주도에서 방류한 남방큰돌고래다. 지난해 상괭이 ‘오월이’가 거제 앞바다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복순이는 제주도 앞바다, 바다거북 행복이와 행운이는 올 6월 여수 바다로 돌아갔다. 2010년 광복절 즈음에 그물에 걸려 부상을 입은 채 구조된 푸른바다거북 광복이는 8월 방류됐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바로 점박이물범, ‘복돌이’가 이었다.
복돌이는 2011년 몸통과 가슴지느러미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는 몸무게 13㎏에 한 살이 채 안 된 새끼 물범이었던 복돌이는 지난 5년간 제주도에 위치한 구조치료기관에서 지내며 몸길이 1.4m, 몸무게 90㎏으로 건강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 5월부터 충남 태안의 서해수산연구소 친환경 양식센터로 이동해 야생 적응훈련을 시작했다. 어릴 때 구조된 복돌이는 구조치료 후 방류되는 다른 해양생물들과 다르게 야생성 회복이라는 난제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넘어서 복돌이는 야생훈련에 잘 적응했고 8월26일, 마침내 백령도 앞바다에서 방류돼 점박이물범 무리 속으로 돌아갔다.
점박이물범은 몸길이 180㎝, 몸무게는 80~150㎏으로, 옅은 회갈색 몸에 표범 무늬가 있다. 전체 개체 수는 약 30만마리로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8,000마리에 달했으나 남획,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600여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의 위협에 처한 해양생물은 점박이물범만이 아니다. 상괭이는 2005년 3만6,000마리에서 2011년 1만3,000마리로 불과 6년 사이에 36% 수준으로 급감했고 한때 수백만 마리에 달하던 푸른바다거북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이처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는 동부 해안에 향후 30년간 붉은바다거북 2,500개체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멸종위기종의 종별 회복계획을 수립했다. 미국도 멸종위기에 있는 56종의 회복계획을 수립했으며, 올해 안으로 상업적 어업활동을 할 때 혼획된 수산물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연방규정 개정안을 발효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2007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령’을 제정했고,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국제적으로 보호종으로 지정된 해양생물 52종을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 행위와 남획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보호구역 11개소를 지정했으며 보호대상해양생물의 서식지 회복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생물은 여전히 연안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기후 변화 등으로 먹이가 감소하고 서식지가 사라지는 등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해양생물의 불법포획·유통, 비양심혼획 등 불법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호대상해양생물 지정을 확대하는 한편, 혼획을 줄이기 위한 어구를 개발하고 불법포획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해양생물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한다. 동해는 물개, 서해는 점박이물범, 남해는 바다거북,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 등 해역별로 대표 해양생물을 선정하고 보호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얼마 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에 이어 제돌이도 야생에서 새끼를 낳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처음 우려와 달리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고향 바다를 얼마나 그리워했을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가족·친지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처럼 해양생물도 자연 속에서 무리와 함께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인간과 해양생물이 공존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바다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칠 때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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