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징계기업이라도 꼭 필요하다면 추가 여신을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추가 지원을 믿고 분식회계를 반복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전선의 경우 2012년 분식회계 혐의로 20억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았지만 산은은 채권단 자율협약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후 24차례에 걸쳐 총 861억원을 신규 대출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4년 또다시 회계부실로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때도 산은은 이전과 똑같은 설명과 함께 네 차례나 새 대출을 승인했다. 이렇게 해서 추가 지원된 혈세가 모두 1,060억원이다. 이처럼 분식회계를 저질러도 은행 돈을 끌어다 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니 회계부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산은·기은의 부실회계 기업에 대한 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이 회계사기를 저지른 회사를 연명시키다가는 국가적으로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 무엇보다 분식회계는 또 다른 회계부정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고의·중과실 혐의로 징계를 받은 분식회계 기업에는 신규 여신을 중단한다는 원칙을 확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어설프게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돈만 계속 쏟아붓다가는 제2, 제3의 대우조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