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다. 도쿄 행사의 개막식은 9월24일 오전에 열렸다. 이야기하다 보면 정치가 빠질 수는 없다. 지난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었으니 올해는 ‘새로운 50년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북핵에 대한 대처는 긍정적이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서청원 의원은 “북한 핵 문제에 한미일 공조가 잘 이뤄지는 데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과 미국 국민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는 ‘현안 문제’ ‘어려운 문제’ 등으로만 언급되며 논란은 이미 해소됐다고 봤는데 이는 물론 국내 일반정서와 동떨어진다.
일본 측은 예의가 없었다. 자국 인사의 발언에 대해 전혀 한국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개막식에서 축사를 한 사람은 무려 8명. 한국 측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한일축제한마당 한국측 실행위원장), 이준규 주일한국대사, 서 의원 등 3명이었고 일본 측에서는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일본측 실행위원장)과 외무성 부대신, 문부과학대신 정무관, 일한의원연맹회장, 일한친선협회중앙회회장 등 5명이었다. 일본 측 인사들의 발언을 위해 통역시간을 없앴던 셈이다.
이어 2일 오전 행사 개막식에서는 축사 인원이 줄었다. 한국 측 3명과 일본 측 3명의 균형을 맞췄다. 어김없이 북핵 대처 협조에 대한 감사가 나왔다. 양국 실행위원장과 한국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본은 주한일본대사와 중의원 의원이 포함됐다. 물론 상호 통역도 제공됐다.
양국에 북핵이나 위안부를 빼도 문화나 관광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웃으로 서로의 문화에 대해 친근할 수밖에 없다. 일반인 차원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일본 측 실행위원회는 이틀간의 도쿄 행사에서 5만명의 관람객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행사 하루 동안에는 6만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일교류는 여전히 ‘유리로 만든 다리’라고 생각된다. 아름답긴 하지만 위험하다. 올 들어 8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145만명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발병한 2015년을 빼면 매년 줄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29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8% 늘었다.
위안부와 독도로 얻어맞고 북핵에 시달리는 한국은 관광객도 2배 이상 보내 돈을 써준다. 우연히도 일본에서 행사가 열린 9월24일과 서울 행사일인 10월2일 모두 현장에 주룩주룩 비가 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한일관계에는 여전히 우중(雨中)이라면 기자의 과민반응일까.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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