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완승으로 끝난 지난 미국 대선후보 1차 TV토론과 달리 부통령후보 토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주지사가 판정승을 거뒀다. 펜스 후보는 트럼프가 쏟아낸 막말과 수많은 약점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클린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에게 우위를 보였다는 평을 끌어냈다.
케인 후보는 4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팜빌 롱우드대에서 열린 부통령후보 TV토론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펜스 후보를 향해 트럼프의 논란성 발언을 거론하며 몰아붙였다. 그는 “트럼프가 군 통수권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며 “이기적 기질이 가득한 트럼프를 어떻게 펜스 주지사가 방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공격했다. 펜스는 발끈하는 대신 “힐러리 클린턴과 팀 케인의 선거운동은 모욕으로 가득 찼다”고 응수하며 최근 트럼프를 여성차별주의자로 공격해온 클린턴 선거캠프를 동시에 겨냥했다.
블룸버그는 두 후보 간 토론 양상에 대해 “케인이 더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펜스는 절제와 냉정함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방어적이기만 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피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펜스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외국에서 수백만달러의 후원금을 클린턴재단을 통해 받았다”고 지적하며 기부금을 받는 데 공직을 이용한 의혹과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장관 시절 개인 e메일 사용도 잊지 않고 꼬집어 “트럼프보다 낫다”는 반응을 얻었다.
케인도 “문어발 같은 트럼프재단은 전 세계에 촉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 트럼프의 세금 문제와 불투명한 재단 운영을 싸잡아 공격했다. CNN은 이와 관련해 “케인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보여줬지만 공격적 태도가 거만한 인상을 주고 (시청자의) 짜증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다”고 평했다. 미 언론들은 대체로 펜스의 우세에도 트럼프의 수많은 문제점을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여 이날 TV토론이 과거 부통령후보 간 토론처럼 대선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토론 진행자인 CBS방송의 여성 앵커 일레인 퀴하노는 북핵과 미사일에 관한 질문을 던져 미국 내 관심을 반영했다. 최근 미국 일각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이 제기되기도 한 가운데 케인 후보는 “만약 정보분석 결과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는 판단이 들면 ‘선제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물음에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임박한 위협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인은 그러면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중국과의 협력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을 걱정하고 있어 자국 회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여러 패키지 제재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펜스는 북한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맞서 핵전력 현대화를 포함해 미군을 재건해야 한다”며 “아태지역 국가들과 협력해 김정은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반도 등에서 우리는 힘을 통한 평화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정책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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