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노르웨이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토스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비록 평화협정은 부결됐지만 가장 평화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공했다”며 현대사에서 가장 긴 내전으로 기록된 콜롬비아 내전을 종식하려는 그의 노력을 수상의 이유로 들었다. 카시 쿨만 피베 노르웨이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어 “콜롬비아 국민들이 평화협정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국민투표 부결 후 이어지고 있는 평화협정 수정 논의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1964년 농민반란으로 시작해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콜롬비아에서는 2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80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벨리사리오 베탕쿠르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은 1982년부터 콜롬비아에 평화를 되찾기 위해 반군과 지루한 협상을 이어나갔지만, 번번이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2002년부터 8년간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에는 강경진압정책을 펴면서 내전은 더욱 격화됐다.
2010년 산토스 대통령의 취임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켰다. ‘민주주의적 안보’라는 강경 노선을 내걸고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그는 취임 후 평화협정 가능성을 열며 FARC와 협상을 시도했다. 전임인 우리베 전 대통령 시기에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반군 토벌을 위한 군사작전을 지휘했던 경력과 정반대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정계의 스타로 만들어 준 우리베 전 대통령과도 정치적으로 등을 돌렸다. 영국 BBC는 산토스 대통령의 극적인 변신을 “매(hawk)에서 비둘기(dove)로”라는 한마디로 요약하기도 했다.
6년에 걸친 그의 노력은 지난달 26일 미완의 결실을 거뒀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양측의 평화협정에는 FARC가 180일 안에 유엔에 무기를 넘겨 무장해제를 완료하고 정당 등 정치적 결사체로 모습을 바꾸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평화협정 이행을 위한 3억9,000만달러를 내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도 받았다.
하지만 콜롬비아 내전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2일 평화협정안 국민투표가 예상을 깨고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면서 콜롬비아 정국이 다시 혼란에 휩싸인 것이다. 내전에 지친 국민들의 반군과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평화협정을 거부하는 우리베 전 대통령 등 정적들의 공세 탓이었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정전을 이어가며 평화협정 통과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산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 이후 평화협정에 비판적인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전 대통령, 우리베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TV로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과반이 평화협정에 반대했지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은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유진·이수민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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