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으로 멀어졌던 러시아와 터키가 7월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 새로운 밀월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세계에너지총회(WEC) 참석차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개별 양자회담에서 일명 ‘터키 스트림’으로 불리는 가스관 건설 협정을 매듭지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스푸트니크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정 조인과 동시에 터키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가스에 할인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스관 건설사업을 가속화하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했다. 터키는 대러 농산물 수출 재개라는 성과도 얻어냈다.
이번에 타결된 터키 스트림 협상은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지역에 이르는 약 1,100㎞ 길이의 가스관을 부설하는 프로젝트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오는 2019년까지 흑해 해저를 따라 각각 150억㎥ 용량의 파이프라인 2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러시아는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경유하는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터키 스트림 사업은 2014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SU-24) 격추사건 이후 양국관계가 악화되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7월 군부의 쿠데타 진압 이후 미국 등 서방과 갈등을 겪게 된 터키가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러시아와의 관계복원을 시도하며 8월 만남을 재개한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터키 등에서 매달 한번씩 만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이해관계가 엇갈렸던 시리아 내전 문제에서도 양국은 접점을 찾고 있다. 러시아와 터키는 각각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을 지지하는 껄끄러운 상황이지만 이날 두 대통령은 알레포를 위한 인도적 지원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시리아 문제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며 “양국 외교관들과 군 고위급 인사들, 정보기관들과 함께 알레포의 평화를 찾는 일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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