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라는 게 그냥 ‘툭’하고 던졌는데 웃음을 주는 건 아니죠. 철저하게 계산되고 약속된 연기예요. 웃기는 것만 아니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애드리브랍니다.”
영화 ‘럭키’에서 배우 인생 20년 만에 처음으로 원톱 주인공을 맡은 배우 유해진(46·사진)은 코믹 애드리브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숨막힐 정도로’ 진지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저 84년생이에요”라는 대사만 쳐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코믹 배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코믹은 그에게 그냥 연기였을 뿐일까. 13일 개봉하는 ‘럭키’에 대한 유해진의 얘기는 이렇다.
‘럭키’는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사건 해결 100%를 자랑하는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과 무명 배우 재성(이준)이 서로의 삶을 바꿔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주된 내용이다. 그는 절제된 연기에 신경 썼다고 했다. “코미디 장르지만 과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기억을 잃는 과정과 이후의 설정도 비현실적인데 표현마저 과하면 영화가 붕 뜰 것 같았어요. 일본과 우리는 웃음 색깔이 달라요. 원작도 한 번만 봤고 최대한 우리식 웃음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관객을 위한 연기라는 그의 철학도 확고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쓸데 없이 너무 좋은 것도 저는 좋아하지 않아요. 현장은 말 그대로 일터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곳이에요.”
영화에서는 유해진만이 선보일 수 있는 갖가지 매력도 넘쳐난다. 이를테면 오랜 킬러 생활 덕에 ‘칼질’이 능숙해 김밥을 아주 얇게 썬다든가, 단무지를 꽃 모양으로 만든다든가 하는 장면들은 커다란 웃음을 주는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그의 손재주를 떠올리게 한다. “연극 극단 생활을 할 때 배우들도 무대 장치 도구들을 만들었어요. 극단 시절 경험들이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또 그는 특유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코믹 로맨스’도 따뜻하면서도 풋풋한 웃음을 만들어 냈다. “멜로를 해보지 않아서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보는 사람들이 어색해하면 어쩌나 하고요.”/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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