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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窮卽通, 위기서 답을 찾다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대표

정재희




통상적으로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돌발적인 위험 또는 불안정한 상황을 뜻하지만 그 위기로 인해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고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또 다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궁즉통(窮卽通)’의 자세가 필요하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길이 보인다는 신념이다. 힘든 위기 상황에서 전에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또 그래야 할 필요도 없었던 새롭고 과감한 접근법을 시도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궁즉통의 필사 정신으로 깨우친 새로운 시각과 해결 방안들이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위기들을 마주하겠지만 필자에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에게 그랬듯이 필자에게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위기였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었던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음은 물론 수입차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조차도 몸서리치게 싸늘하게 변했다. 주유소 입구에 “수입차에는 기름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푯말까지 내걸리던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포드의 악성 재고는 2,000대에 이르렀다.

궁즉통의 마법이 발현된 것은 위기의 한가운데에서였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과 다름없던 상황에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전시장을 지나치다 차를 구경하고 있던 미군을 우연히 보고 당시 달러 가치 상승으로 미군들이 미국 현지보다 낮은 가격에 미국 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후 이들에 대한 적극적 판매전략을 펼침은 물론 구매한 차를 고국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각종 사양을 변경해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위기탈출 전략이었다.



스쳐 지나칠 수도 있었던 전시장 안의 미군이 보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이 떠오른 것은 ‘궁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야겠다는 궁즉통의 정신으로 몰입하니 극복할 수 있는 타개책이 보였다. 위기 전까지의 틀에 박힌 사고들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던 계기였다. 물론 궁에서 통으로 가는 길이 그저 쉽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궁즉통 교훈의 핵심은 궁하면 통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통하려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서 우리는 외부상황이나 환경 탓을 하거나 심지어는 운이 없음을 한탄하고는 한다. 그러나 변화와 위기는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 뿐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불교 경전 ‘아함경’은 우리에게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러나 사람의 번뇌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변화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태도야말로 어쩌면 도태로 가는 가장 위험한 길이 아닐까 싶다. 작은 통증 하나도 몸이 보내는 생리학적 위기의 신호인 만큼 변화를 직시하고 위기를 성장의 변곡점으로 삼아보자.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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