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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비바'] 꿈 찾아가는 청춘의 삶...달동네에 울려퍼진 '희망歌'





그리스신화에서 아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할 운명을 타고났다. 이 신화는 부자 간 대결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로 종종 원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의 아버지와 아들은 때론 갈등도 있을지언정 적대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쿠바 영화 ‘비바’는 바로 아버지(호르헤 페루고리아 분)와 그리고 사회적 관습과 갈등하면서 아들 헤수스(엑토르 메디나 분)가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스토리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동네라고 불리는 쿠바의 빈민가 아바나를 배경으로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소울풀한’ 쿠바 음악들이 감미롭게 흘러 쓸쓸하고 차분한 가운데 헤수스의 꿈과 희망이 조용히 일어서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헤수스. 그는 어머니마저 감옥에서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이웃들을 가족 삼아 살아간다. 헤수스는 드래그퀸(남성이 여성처럼 차려 입고 여성처럼 행동하거나 공연하는 것) 쇼에 오르는 가수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미용사다. 드래그 퀸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헤수스의 무대에 오르겠다는 꿈도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헤수스는 “이젠 날 위해서 뭔가 하고 싶어요”라는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가사를 듣고 용기를 내 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한다. 어렵사리 기회를 얻어 첫 공연을 하던 날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에게 다가서며 노래를 부르던 헤수스는 중년의 한 남성 관객에게 어퍼컷을 맞고 공연은 엉망진창이 된다. 주먹을 날린 건 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아버지. 자기가 태어났고, 집 주인도 자신이라며 헤수스가 살고 있는 집에 눌러앉은 전직 복서 출신 아버지와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싶은 여성스러운 아들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여자나 하는 춤과 노래를 하냐며 아들의 꿈을 비웃고 아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격하게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이런 갈등도 아버지와 아들의 일상이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싸운 후에 바로 식탁에 앉아서 아무 말 없이 밥을 나눠 먹는 평범한 부자지간이 돼 간다. 또 길을 걸을 때도 서로 간격을 넓게 유지하면서 걷던 아버지와 아들이 영화 후반에는 어깨를 부딪히며 걸을 정도로 가까워지는 장면을 카메라는 정감있게 잡아낸다.

‘비바’의 연출은 아일랜드 출신의 패디 브레스내치 감독이 맡았다. 브레스내치 감독의 장점인 감성적이면서 현실감 있는 연출력이 ‘비바’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 영화에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헤수스를 연기한 엑토르 메디나 등 쿠바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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