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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로 들어온 브렉시트…유니레버-테스코 가격전쟁

“브렉시트 후 파운드화 가치 뚝

수입원료 조달 부담 커졌다”

유니레버, 판매가 인상 요구

테스코는 판매중단으로 맞서

먹거리·생필품 구입에 지장

파운드화 가치 하락지속 전망에

英 제조업체도 가격조정 움직임

“브렉시트 파장 이제 시작일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파고가 영국인들의 식탁에까지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원료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브렉시트의 불똥이 거대 제조업체와 유통사 간 싸움으로 번져 당장 영국인들이 먹거리와 생필품 구입에 지장을 받게 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최근 파운드화 가치 폭락을 이유로 제품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한 다국적 소비재기업 유니레버의 전 제품을 인터넷쇼핑몰을 포함한 모든 매장에서 빼기로 했다.

유니레버는 최근 테스코와 영국 2위 유통업체 제이세인스버리 등에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원료 조달의 부담이 커졌다”며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10%가량 높일 것을 요구한 상태다.

테스코가 일시 판매 중단한 유니레버 제품군은 벤앤제리아이스크림·마마이트스프레드·크노르·도브·퍼실·바셀린 등으로 먹거리는 물론 생활용품·애견용품까지 광범위하다. 유니레버는 영국 내에서 200여개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최대 유통사인 테스코의 판매중단 조치는 영국인들의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바실던의 테스코 매장에서 한 직원이 제품 진열대 옆에 서 있다. /바실던=블룸버그통신




영국 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유니레버의 결정을 두고 ‘브렉시트가 초래한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과 ‘브렉시트를 내세워 이득을 보려는 꼼수’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유니레버의 가격 인상 품목 목록에 영국에서 원료를 생산하는 제품까지 포함돼 유니레버가 “브렉시트를 가격 인상의 지렛대로 삼았다”는 지적이 적잖이 제기된다. TCG글로벌의 브라이언 로버츠 유통담당 연구원은 이번 일을 “유통업체와 공급업체 간 분쟁”으로 규정하며 “유니레버의 시도는 비용 증가를 상쇄하려는 거대 공급업체의 시도라는 점에서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진정세를 보이던 파운드화 가치가 최근 다시 급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이번 유니레버와 테스코 간 분쟁은 앞으로 벌어질 파장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는 17%가량 하락한 상태로 영국의 주요 교역국 통화들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를 의미하는 파운드 실효환율 인덱스는 11일 73.383으로 1975년 집계 시작 이후 4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파운드당 1.21달러대까지 떨어진 파운드화 가치가 올해 말까지 1.20달러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파운드당 1.10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제조업체들이 아직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결국 급변하는 환율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영국 내 판매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으며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수입물가는 전년 대비 9.3%나 급등했다. IR솔루션의 게드 후터 컨설턴트는 “유니레버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환율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몇몇 기업은 올해 말까지 버티겠지만 그 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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