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부진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악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1,371억달러(약 156조원)로 전체의 26%에 달하고 이 중 70% 이상을 중간재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 중간재 수입이 덩달아 줄면서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극심한 수출부진에 허덕이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 상황이 내수경기 부진으로까지 번진다면 그로 인한 영향의 폭과 깊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초보다 3.4%나 떨어지는 등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수출이 감소한 것은 값이 싸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수요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국이 수출부진을 뚫고 6.5% 이상의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위안화 추가 절하 같은 공격적인 환율정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세계 경제가 다시 환율전쟁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한국 경제에는 모든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칫 위안화 추가 절하가 본격화된다면, 또 이런 추세가 미국 금리 인상이나 유럽의 양적완화 종료와 맞물려 일어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도 있다. 당국이 수출·내수 활성화와 더불어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성장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다. 이래저래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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