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 보고서가 한국이나 일본, 중국, 독일 등에 대한 비판 기조를 누그러뜨렸다. 한국의 경우 외환시장 개입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나왔지만, 통화평가 절하의 유혹을 견뎌냈다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조작보고서(미 주요 교역상대국 외환정책에 관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보고서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처럼 재무부는 환율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이같은 전략이 (생산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일본·한국·독일·대만·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조작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반복적으로 개입했지만 지난 6월까지 1년간 시장 개입은 과거와 달리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데 집중됐다”며 “이는 수년동안의 비대칭적인(원화 평가절하를 위한) 개입 흐름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다수의 신흥국 시장이나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며 관련 정보를 드러낼 것을 주문했다.
중국, 일본에 대한 평가도 지난 4월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다.
중국은 위안을 기축통화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위안화의 가치 절하 압력이 높아지자 중국 당국은 5,000억 달러를 투입해 이를 완화하고 속도를 늦췄다고 미 재무부는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에 “외환관리와 목표에 관한 정책 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주요7개국(G7)·주요 20개국(G20) 등 다자간 협의체에서 나온 결의를 준수하기 위해 국내의 엔화 평가절하 압력을 잘 견뎌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다만 일본은행(BOJ)를 중심으로 펼치는 통화정책에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가 실린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수출기업 실적을 올리고 이를 일본 경제 전체로 환원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에 대한 경계를 나타낸 셈이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 프레드 버그스텐의 발언을 인용해 ‘재무부가 승리를 선언하기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일련의 새로운 외환정책 기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SJ은 미 재무부가 이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에 대한 비판기조를 급격히 낮췄다고 분석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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