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라고 자처하는 인도와 러시아가 군사·경제협력을 한층 확대한다. 양국은 첨단 방공 시스템 계약을 비롯해 에너지·우주개발 분야 교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약속하는 등 폭넓은 우호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고아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정상회담을 열어 우주개발, 에너지 협력, 철도산업 개량화 등에 대한 16개 조약에 서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2월 열리는 옛소련 경제공동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서 인도와의 FTA 체결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밝혀 양국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도가 러시아와 체결한 여러 협정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를 50억달러(약 5조6,700억원)어치 구매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인도군은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제 무기를 썼지만 최근 수년간 미국과 프랑스를 주된 무기수입처로 선택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협정은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 다시 가까워지는 계기인 동시에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가 이끄는 다국적 컨소시엄이 인도 2위 정유업체 에사르오일을 인수하기로 했다. 로스네프트는 에사르 오일 지분 49%를 갖고 러시아 투자회사 유나이티트캐피털파트너스와 네덜란드 트라피구라그룹이 나머지 49% 지분을 확보한다. 인수가는 약 130억달러(14조7,300억원)로 인도에서 이뤄진 외국인직접투자(FDI)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수가 양국 정부의 지원 하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쿠단쿨람에서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는 우주개발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모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인도의 오랜 친구”라며 ‘오랜 친구 하나가 새 친구 둘보다 낫다’는 러시아 격언을 소개해 친밀감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도 “국방과 군사기술 협력이 성공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인도에 무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합작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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