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혈세 낭비·횡령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원장은 누리과정 국고보조금을 쌈짓돈처럼 써오다 들통이 났다. 이 원장은 모두 5억2,000만원을 빼돌려 남편 사업자금과 자녀 전세보증금 등에 썼다고 한다. 이 같은 불법행위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이나 계속됐는데도 아무런 감시가 없었다니 기가 찰 일이다.
두 달 전 경남에서도 원장 차량유류비 지급, 보험료 지출 등에 8억여원의 누리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유치원들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다른 보조금과 마찬가지로 누리예산마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밝혀진 것만도 이 지경인데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의 집행내역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비리가 드러날지 두렵기까지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방교육청은 국민들을 볼모로 예산편성 책임 공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혈세 지원에만 관심이 있지 감시·감독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누리예산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으니 꼼수와 불법이 판을 치지 않겠는가.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전수조사를 통해 예산 도둑을 가려내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비리가 계속된다면 지원금을 원생 부모에게 직접 주는 등 지급방법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년 개통되는 정부의 보조금통합관리 시스템에 누리예산도 넣어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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