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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스모그 프리 타워





하루 전만 해도 런던의 아침은 쾌청했다. 4도 정도의 기온에 안개가 약간 끼었을 뿐이었다. 저녁에 영하로 떨어지자 모든 가정이 난방을 하기 시작했고 대기까지 정체됐다. 하늘은 곧 뿌옇게 변해 갔다. 마침내 비극이 시작됐다. 12월5일부터 9일 아침 구원의 바람이 불기 전까지 매일 공장과 가정에서 공기 중으로 쏟아져 나온 1,000톤의 연기 재와 2,000톤의 이산화탄소, 140톤의 염산, 370톤의 아황산가스가 시민들의 호흡기를 공격했다. 불과 나흘 새 4,000명이 숨졌고 이후 후유증으로 8,000명이 더 희생됐다. 1952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런던 스모그는 이렇게 시작했다.

스모그는 산업화와 성장의 부산물이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 기계와 가정 난방시설은 런던을 사지로 몰아넣었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LA 스모그’를 불렀다. 스모그는 또한 역사의 반복이기도 하다. 서구 열강이 산업혁명을 식민지에 전파했듯이 스모그도 세계화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도 델리가 매년 1만5,0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죽음의 도시가 된 것도, 중국 베이징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돌아다닐 수 없게 된 것도, 푸른 초원에서 말들이 뛰놀던 몽골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쓰고 있는 것도 세계의 공장이 몰려든 탓이다.



스모그 퇴치를 위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네덜란드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가 베이징에 세운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가 17일 작동을 시작했다. 높이 7m의 이 구조물은 이온화를 통해 주변 3만㎥ 지역의 공기를 약 60%까지 정화하며 심지어 걸러지는 오염물질에 고열을 가해 1,000㎥당 한 개의 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거대한 공기청정기가 한국에도 들어와 희뿌연 회색 공기를 걷어내고 푸르고 별빛 반짝이는 보석 같은 하늘을 되돌려주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면 꽉 막힌 가슴이 조금이나마 트일 텐데….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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