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관료적 권위주의와 국가경쟁력 위기

신동엽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국가경쟁력 위기와 관련해 한국형 경영의 특징 중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문제점 하나를 지적해달라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관료적 권위주의라고 답한 적이 있다.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를 강조하는 권위주의와 일의 내용보다는 규정과 절차 준수에 집착하는 관료주의가 결합된 관료적 권위주의는 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 모든 유형의 우리나라 조직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각료회의와 같은 정부기관의 회의를 보면 상향적 보고와 하향적 지시만 있을 뿐 수평적 토론은 찾아볼 수 없으며 자기 보고순서 외에는 깍듯한 자세로 상사의 어록을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대기한다.

기업들이 정부의 이런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적 행정을 비판하곤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 기업들 대부분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우리 기업들에서는 오너 최고경영자가 봉건적 제왕 이상의 절대적 권한을 가지며 군림한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최고경영자가 잘못된 판단을 해도 감히 반론을 제기할 엄두도 내기 어렵다. 심지어 가장 수평적이어야 할 대학에서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본부조직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군림하며 교수들도 단과대학의 결정을 본부에 ‘올린다’는 깍듯한 표현을 당연시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지사장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다양한 나라들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한 그는 우리나라에 와서 대표적인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엄격한 상명하복식 권위주의와 그물망처럼 치밀한 규정과 절차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꿈도 꿀 수 없는 경직된 관료주의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최고경영자 이외에는 누구도 자기 소신을 기탄없이 말할 수 없는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혁신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아직 생존하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또한 규정과 절차 등이 정밀기계 수준으로 촘촘히 짜여있어서 간단한 의사결정만 내리려 해도 층층시하의 복잡한 결재를 거쳐야 하고 조직구조가 너무나 복잡해 의사결정 라인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세계를 다 돌아다녀봐도 이런 극단적인 관료적 권위주의를 본 적이 없다며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할 것 없이 지금 한국 조직들은 마치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 공산당 조직을 보는 듯 같다며 혀를 찼다.



그런데 그 중국 지사장의 또 다른 흥미로운 관찰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인력은 역량과 태도 양면에서 모두 단연 세계 최고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출중한 인재들이 자기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보고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며 능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경악하며 적극적으로 중국 기업으로 스카우트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이 최근 우리 인재들에 거액을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 경영자들은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관료적 권위주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며 과거 경제성장의 기반이었다. 선진국들에 비해 거의 1세기 늦게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위에서 하라면 무슨 수를 쓰든 해내라’는 식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권위주의적 리더들이 존경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식의 관료적 권위주의는 창조성과 유연성, 속도, 자발성, 몰입, 개방성, 다양성 등 21세기 경제가 요구하는 혁신의 원천을 파괴함으로써 치명적인 위기의 원인이 된다. 100여년전 거장 조직이론가 막스 베버는 관료적 권위주의의 폐해를 경고하며 소신과 열정은 없이 윗사람의 눈치만 보며 시키는대로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하는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지배하는 ‘강철우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둘러 관료적 권위주의의 강철우리를 깨고 탁월한 우리 인재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진정한 21세기형 경제로의 전환과 국가경쟁력 위기의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