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게리 로스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미군 구축함 디케이터호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서사군도)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의 일부인 서사군도는 중국과 베트남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로스 대변인은 디케이터호의 구체적 항로는 밝히지 않았으나 “12해리 이내로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2해리는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권의 범위다. 그는 “이번 작전이 사고 없이 일상적으로 운항하듯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 해군은 영해 내에서 군함이나 상선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는 ‘무해통항권’을 내세우며 남중국해에서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4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중국 국방부는 곧바로 ‘중대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해당 지역에 항공 및 해상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남중국해 지역 관련국들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미국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18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는 또 “더 이상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등 친중반미 행보를 펼쳤다.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군도(남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로스 대변인이 “항행의 자유 작전과 두테르테 대통령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과 필리핀에 대한 무력시위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귀국 직후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끊자는 것이 아니라 외교정책을 분리하자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필리핀 의회에서는 “새로운 외교노선이 국가이익에 역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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